부산에 와서 산지 벌써 1년 반이 지났지만, 보수동 책방골목을 처음으로 찾았다. 뜨거운 날씨 탓인지, 평일이라서 그런지, 골목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골목 옆으로 늘어서 있는 책들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헌책이 많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새책이 많은 것을 보고 놀라고, 헌책이라도 너무 새책 같은 헌책이 많아서 놀랐다.
필요한 책을 찾기위해 한 서점 안에 들어갔을 때, 빽빽히 들어서 있는 책들은 마치 숲속에 온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퀘퀘한 냄새와 뽀얗게 쌓인 먼지때문에 목이 간질간질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불쾌한 느낌이 아닌, 새로운 기분이었다. 일반서점에는 에어컨과 책을 사려는 사람들로 분주하지만, 이곳은 참으로 조용하고 한적했다. 느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4명이 이리 저리 책을 뒤지고 다니는데, 얼마나 정겨운 느낌마저 드는지..나도 천천히 쌓인 책들의 먼지를 털어가면서 책을 찾았다. 좋은 책을 추천까지 해주는 낯선 손님도 있었다. 그 손님이 추천해준 책이랑 뒤지다가 발견한 좋은책을 들고 가게 앞으로 갔다. 책값을 흥정하면서도 사람향기가 가득한 이 곳이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천원, 이천원의 돈을 덜내서 좋은 것보다 훈훈한 사람의 마음이 느껴져서 더 좋은 곳이었다. 앞으로 이곳을 자주 찾을 것 같은 생각이든다. 다른 사람들도 이곳을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 턱없이 비싼 책을 싸게 살 수 있어서 기분이 좋고, 시골장터처럼 사람냄새 맡을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헌책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