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셀러라는 말은 특정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을 가리키는 말이며, 스테디 셀러란 꾸준히 팔린 책, 즉 추천해줄 만한 책을 의미한다. 잘난 척 떠들어대지만 사실 이 간단한 사전적인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종종 그 의미를 헷갈려 하시는 분들은 계신다.
베스트 셀러나 스테디 셀러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맞다, 우리나라의 현 사정상 ‘베스트 셀러’는 곧 ‘스테디 셀러’를 의미한다. 예를 들자면 현재 베스트 셀러에 들어 있는 목록과 작년 베스트 셀러의 목록을 비교해 보시길 바란다.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유행처럼 그 자리를 차지한 채 비켜나지를 않는다.
모든 베스트 셀러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대다수 베스트 셀러는 서로 닮았다. 책 읽는데도 유행이 있겠느냐 하지만 유행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마치 올 겨울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은 오렌지 색 머플러입니다...라는 방송이 나간 이후 거리에는 오렌지색 머플러가 온통 물결을 치듯이 판에 찍어낸 듯한 책들이 가판대에 얌전히 놓여있다. ‘베스트 셀러’라는 띠를 두르고서.
그러나 베스트 셀러와 스테디 셀러는 ‘구분’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양성’ 때문이다.
어떤 물건이든 그렇겠지만 ‘많이 팔린다’는 것은 무척이나 좋은 일이다.
모든 투자는 자본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도도 먼지만 폴폴 날릴 때보다 주머니가 넉넉할 때 한결 시작하기가 쉬우니까 말이다.
베스트 셀러를 결산하는 데 있어 기간을 길게 잡을 필요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고르는 기준이 되기도 하는 ‘베스트 셀러’. 입맛에 맞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봤다는데 나만 뒤쳐질 수는 없다’는 심리에서 집어드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유행적인 기능의 베스트 셀러라면 그 집계 기간이 짧아도 효과는 충분하다.
많은 사람들이 읽으려면 우선은 그 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메뉴판에 김밥과 순대만 있는 분식점에서 어떤 것이 가장 많이 팔리나를 따지는 것처럼 의미 없는 일도 없다. 베스트 셀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그 만큼 읽는 사람들도 다양해지고, 자금 시장이 원활하다면 판에 찍힌 베스트 셀러보다는 다양한 책들이 쏟아질 테니까. 그 와중에 양질의 책은 ‘스테디 셀러’가 되는 것이다.
베스트 셀러는 메뉴판의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먹어본 음식은 보다 맛있을지도 모르는 음식으로서 ‘참고’는 되지만 모든 사람들의 식성을 맞추지는 못한다.
스테디 셀러는 품질의 문제다.
화려한 식당의 음식도 물론 맛있겠지만, 허름한 식당의 음식이 때로는 화려한 식당의 음식보다 맛있을 때가 있다. 베스트 셀러의 눈가리개를 벗어보면 당신 곁에는 남에게 자신있게 추천해 줄만한 스테디 셀러가 있을 것이다.
책을 보는 데 있어 베스트 셀러만 집착하는 것보다는 당신의 입맛에 맞는 한 권의 스테디 셀러를 골라 읽는 것이 좋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베스트 셀러가 스테디 셀러의 목록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스테디 셀러가 베스트 셀러의 목록에 들어가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미흡하나마 글을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