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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내 안에서 사는 거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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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성 201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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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발행되는 책자에 원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보시길 네가 내 안에서 사는 거다. 하하하‘ - 권덕규 선생의 한글학 에세이 조선어문경위 1930년 한 신문의 기사를 먼저 소개할까 하는데요, 조선어문 공로자 소개라는 기사의 내용에는 이런 글이 따라옵니다. 한글연구에 조예가 깊고 한글에 대한 역사적 연구가 많은 이로 한별 권덕규씨를 처음으로 꼽지 않을수 없다. 한글 연구에 있어서 거벽이니 만큼 이에 소개할 필요도 없이 다 아실줄 믿는다. 일찍이 경성 휘문의숙을 졸업하신후 주시경씨때 조선어연구회에서 많은 연구를 하였고 십년전에 광문회에서 말모이(사전)를 편집한것을 비롯하여 경향 각지에서 개최되는 한글강습회에 강사로 초빙받았슴을 각 지방에서 모르는 사람이 적을것이다.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책인 “조선어문경위“의 지은이인 한별 권덕규 선생에 대한 소개를 하는 기사입니다. 사실 권덕규 선생은 1919년 3·1운동 때에는 장지연·이인 등과 함께 항일운동에 참여하기도 했고 그 뒤 학교에서 국어와 국사를 가르쳤는데 주시경 선생의 뒤를 잇는 학자들의 한 사람으로 1921년 12월 조선어연구회의 창립 회원으로 참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선어큰사전 편찬에 참여했고, 최근까지도 만들어졌던 ‘한글맞춤법통일안'의 원안을 작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정도 설명만으로도 옛날 신문의 기사에서처럼 소개할 필요도 없을듯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동시대에 활동을 했던 국어학자에 비해서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은 아쉽기도 합니다만 일제시대의 한국 역사에서도 빼놓을수가 없는 분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조선어문경위라는 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사전적인 의미는 문법과 국어학을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 형식의 책 또는 문법교과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찬찬히 보면 단순한 문법 또는 국어학 교과서라고 하기에는 이 책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한 것을 알수 있습니다. 책 본문의 앞부분에 있는 예언(例言) 즉 일러두기에는 총 5개의 문장이 실려져 있는데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우리가 처한 상황과 우리글 즉 한글을 낮추어보지 않기 위한 당부가 비록 짧지만 강하게 서려 있는 글들입니다. ㄹ(네번째 예언(例言)) 처음 생각은 아무쪼록 많은 문제를 의논하려하였으나 허락되지 않는바 많아 뜻같이 못하였거니와 우리글 때문에 애쓰시는 분들에게 한 참고나 되었으면 큰바램일까 함. 이라고 되어있는데 당시 일제의 우리글에 대한 억압으로 인하여 다른 내용도 쓰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아쉬움을 대충 참고나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냉소적인 표현으로 쓰고 있는듯 합니다. 그리고 ㅁ(다섯번째 예언(例言)) 보통 우리글을 언문이라 명칭하기도 하며 또한 당언(唐諺), 갑언(甲諺)들의 종류가 있으나 이문제는 벼로 참고될것이 없음으로 설명치 아니하였슴.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언문은 일반적으로 한글을 낯춰부르는 말입니다. 그리고 당언이라 함은 비록 국어사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아마도 당사주등의 점을 칠때나 쓰는 말이라는 의미로 쓰인듯 하며 갑언 역시 갑(甲) 즉 껍질 갑자를 써서 필요없는 말로 치부하는 등 한글을 낮춰부르는 용어는 참고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말로 보입니다. 여기에 있는 이르는 말이 바로 이 책의 사전적 의미로 등록하고 싶은 필자의 생각입니다. 여튼 이제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1과에서 14과까지는 기본적으로 문법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15, 16과그의 스승인 주시경선생에 짧은 전기를 담고 있는 주시경선생전 이후로는 문법교과서라고 하기 보다는 국어학과 한국의 역사에 대한 단상 즉 에세이 형식으로 되어있다는 것이 더욱 맞을듯 합니다. 하지만 이 간결하고 부드러운 문체이지만 자세히 읽어본다면 권덕규 선생이 이 책을 적은 이유가 보이는듯 합니다. 먼저 ‘38과 고인의 복습방법‘이라는 과의 내용에는 오래된 학습에 의한 습관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놀이와 관련된 학습등을 논하고 있는데 눈에 띄는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팽구 즉 팽이의 어원을 따지고 있는데요 임진왜란 당시 정평구라는 진주사람이 사람과 화약등을 날아서 옮기는 것을 보고 정평구라는 인물의 이름이 핑구 즉 팽이가 되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요, 갑자기 임진왜란과 비차 즉 비행기를 발명한 조선인 정평구를 이야기 함으로서 우리민족의 우수성과 임란을 이야기 하며 일제에 보이지 않게 대항하려는 즉 취지가 아니었을까요? 옛날의 이야기를 꺼내며 우리의 역사를 알리는 것은 이 조선어문경위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문을 많이 인용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앞에서의 예언(例言) 즉 일러두기의 네 번째 글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선생이 말하고자 하였지만 허락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하고자 하는 말들을 은유적으로 옛 글을 인용하여 썼던것이 아닐까요? 어쨌든 내용중에 조선문의 지위, 고대주선문의 유무, 조선문은 언제 지었나 등의 과에서 한글의 뛰어난 점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강조는 결국 한글의 우수성을 통하여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이야기 하고 결국에는 민중이 계몽해야된다는 개혁의 의지를 담고 있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또 다른 과, 재미 있는 부분으로 넘어가볼까요? 이 조선어문경위에는 한글의 어원과 다른 자매어 즉 몽고어와 일본내지어, 만주어등과의 비교를 하며 한글에서 파생되었슴을 암시하는 부분도 나오며 훈민정음과 용비어천가에서 인용된 고어를 한글로 풀이한 부분은 이 책의 사전적인 정의인 국어학사적 의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제 19과 문자 라는 제하의 과에는 한문을 궂이 쓰지 않고 한글로 표현할수 있는 단어 등을 서술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아주 정감이 가는 말들이 많습니다. 한무릅공부라는 말은 한동안 착실히 한 공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가끔 소설에도 인용이 되는 머리 검은 짐승은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군요. 이 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정말 많은 내용이 인용된 것을 알수 있습니다. 동양과 서양 그리고 당시 우리의 과거와 현재의 글이 있는 많은 자료를 인용하고 있는데요 다시 말하면 권덕규 선생은 당시 일제 치하에서 한글과 우리 민족의 우수함을 알리기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고 이 책을 썼는지 알수 있을겁니다. 지금이야 책과 인터넷등으로 많은 자료를 검색할수 있지만 1923년 조금 모자란 100년전에는 직접 읽지 않고 이 글들을 쓰기는 아마 불가능했을겁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을 그냥 교과서 형식의 문법서라고 정의 내리기에는 너무나 모자란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술을 아주 즐겼던 권덕규 선생은 자기 집을 판돈까지 모조리 술값으로 날리고 마당에 서서 호통을 쳤다고 하더군요. 아마 그 시대에 술에 취하지 않고는 살수가 없었던 게 아닐까요?? "네 이놈 집아, 지금까지는 내가 네 안에 살았지만, 이제는 네가 내 안에서 사는 거다. 하하하."